외부의 간섭과 통제가 없이 내 세계 안에서 내가 정의한 타임테이블로 하루를 굴리고, 내가 오롯히 결정한 가치체계를 

추구하며 시간을 보낸다. 절대 다수의 타인이 인정하기 힘들고, 이해 하기 어려운 온갓 추상적이고, 이상하며 모호한 것들이 

부유하는 세계속에서 끊임없이 외부 세계를 향해 나의 가치와 나의 존재이유를 증명하려는 공허한 시도를 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6년여를 지내고 나니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은 매일을 견디고 또 견뎌내면서 왜 많은 사람들이 외곩수가 되는지, 

또 가끔씩은 정말로 미쳐버리는지도 이제는 아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의 내 안의 많은 것들이 한데 뭉쳐져 한 마디도 한 걸음도 내딛을 수 없는 순간이 온다.

그때의 나는 나는 집안의 불을 끄고 타들어가는 향초의 불꽃과 벽에 반사된 일렁이는 그림자를 밤새 물끄러미 바라보며 

새 태양이 떠올라 나를 옥죄는 하루가 강제로 지나가길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진 하루를 쫓아내고 아침이 오면,

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틈으로 나를 밀어넣어 볼 수 있으니까. 오늘은 더 괜찮은, 그리고 근사한 하루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완료가 주는 홀가분함이나 성취가 주는 뿌듯함을 느껴보기도 전에 가을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일들을 준비하기로 했다.

몇년간의 고독이 깃든 이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 새로운 곳으로 가면 이러한 울적한 마음을 낫게하는 데에도 얼마간 

도움이 되리라는 희망으로.


Posted by 설흔 :